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지식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사실을 자주 느낀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그 중요한 인간관계의 기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된다. 마치 병사가 전쟁터에 나간 뒤에야 총 쏘는 법을 배우는 꼴이다. 조교도 없고, 기술교범도 없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그래서 오래된 책이지만 여전히 실용적이다. 책의 핵심은 화려한 처세술이 아니다. 사람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자존심과 감정과 인정 욕구로 움직인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자주 잊히는 사실이다.
비난은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
카네기가 가장 먼저 말하는 원칙은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다. 흉악범들조차 자기 자신을 악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물며 보통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누군가를 비난하면 비난하는 사람은 감정이 격해지고, 비난받는 사람은 곧바로 방어 태세에 들어간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자기 정당화가 먼저 나온다.
이 대목에서 링컨의 태도가 인상적이다. 그는 남부 사람들을 욕하는 이들에게 “그들을 탓하지 맙시다. 우리도 그들의 입장이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큰 실수를 한 장군에게 분노의 편지를 쓰고도 보내지 않았다는 일화도 같은 맥락이다. 편지를 보내면 내 기분은 풀릴지 몰라도, 상대는 자신을 정당화하며 오히려 나를 비난하게 될 것이다. 결국 나는 한 사람을 잃게 된다.
다른 사람을 고치려는 의도는 선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더 중요한 일은 내 결점을 고치는 것이다. 비난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해와 관용은 어렵다. 그래서 더 가치가 있다.
모든 것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된다.
이 문장은 조금 위험할 만큼 강하지만,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생각해보는 것. 인간관계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 한다
카네기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충동 중 하나가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라고 말한다. 윌리엄 제임스도 인간에게 가장 강한 성질은 인정받고자 갈망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찰스 슈바프의 사례가 이 원칙을 잘 보여준다. 그는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비난이 아니라 격려를 선택했다. 장점을 발견하고, 진심으로 칭찬하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명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자기보다 현명한 사람을 주위에 모이게 하는 법을 터득한 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첨과 칭찬의 차이다. 아첨은 상대의 자기평가에 맞춰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이다. 칭찬은 상대의 실제 장점을 보고 진심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자주 정신적 영양분에 굶주려 있다. 우리는 몸에는 밥을 먹이면서, 마음에는 인정과 격려를 주는 일을 너무 쉽게 잊는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사람을 움직이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사람이 스스로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헨리 포드는 성공의 비결을 이렇게 보았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내 입장과 상대방의 입장을 동시에 비교하며 사물을 대하는 능력. 결국 설득은 내 논리를 밀어붙이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의 욕구와 두려움과 자존심을 읽는 일이다.
호감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기본기에서 나온다
호감을 얻는 방법도 거창하지 않다. 순수한 관심을 보이고, 미소를 짓고, 이름을 기억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실천하지 않는 것들이다.
경청은 특히 중요하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 사람에게 표할 수 있는 최고의 경의다.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사실 우리는 대화를 하면서도 다음에 내가 무슨 말을 할지만 생각할 때가 많다. 그래서 상대의 말을 듣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듣지 않는다.
말을 잘하고 싶다면 먼저 잘 들어야 한다. 상대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하고, 그 사람이 자신을 자랑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내가 이야기할 차례는 항상 그 다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치통이 먼 나라의 큰 재난보다 더 큰 관심사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대화가 현실적이 된다.
논쟁에서 이겨도 사람을 잃을 수 있다
카네기는 논쟁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론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논쟁은 대개 상대를 설득하지 못한다. 오히려 양쪽 모두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확신을 더 굳힌다.
설령 논리적으로 이겼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고,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면 그 승리는 공허하다. 프랭클린의 말처럼 한 사람의 벗을 잃게 되는 승리일 수 있다.
상대의 실수를 직접 지적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논리적이지 않다. 선입관, 질투, 두려움, 자존심이 판단을 지배한다. 그래서 “당신이 틀렸다”는 말은 사실을 바로잡기보다 상대의 자존심을 공격하는 말로 들리기 쉽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바꾼 말투가 인상적이다. 그는 “확실히”, “틀림없이” 같은 단정적인 말을 피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인다” 같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의견이 다를 때도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 “어떤 경우에는 당신 말이 맞지만, 이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단순한 말투의 변화가 대화의 분위기와 설득력을 바꾸었다.
먼저 인정하고, 공손하게 말하라
내가 틀렸을 때는 변명보다 인정이 낫다. 상대가 분노를 표시하기 전에 내가 먼저 사과하면 상대의 분노는 상당히 누그러진다. 자기 변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일은 사람의 품격을 올린다.
공손함도 마찬가지다. 화가 났을 때 욕설을 퍼부으면 내 마음은 잠시 후련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은 반항심과 미움으로 가득 찬다. 그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옳은 말을 해도 설득되지 않는다. 링컨의 말처럼, 한 방울의 꿀이 많은 파리를 잡는다.
내가 기억할 문장들
- 비난은 사람을 바꾸지 못한다. 대개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들 뿐이다.
- 다른 사람을 고치려는 마음보다 내 결점을 고치는 일이 먼저다.
- 사람은 논리적 동물이라기보다 자존심과 감정의 동물이다.
- 진심 어린 인정은 사람에게 정신적 영양분이 된다.
- 설득은 내 말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생각해냈다고 느끼게 만드는 일이다.
- 논쟁에서 이겨도 관계에서 지면 진 것이다.
- 내가 이야기할 차례는 항상 그 다음이다.
『인간관계론』의 내용은 새롭다기보다 아프게 기본적이다. 그래서 어렵다. 비난하지 말고, 인정하고, 듣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가장 먼저 잊어버리는 것들이다. 결국 인간관계의 기술은 상대를 조종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다루는 훈련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