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는 논쟁에 대해 아주 단호하다. 논쟁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론은 논쟁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너무 소극적인 조언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 관계를 떠올려보면 꽤 정확하다. 많은 논쟁은 진실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자기 자존심을 방어하는 싸움이 된다.
논쟁은 대개 상대를 바꾸지 못한다. 오히려 양쪽 모두 자기 생각이 옳았다는 확신을 더 굳힌다. 논리적으로 이긴 것처럼 보여도, 상대의 자존심을 다치게 했다면 관계에서는 진 것이다.
논쟁은 이겨도 공허할 수 있다
논쟁에서 상대의 주장을 상처투성이로 만들고, 마침내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해보자. 그 순간 나는 유쾌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는 열등감을 느끼고 자존심을 손상당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내 논리를 받아들이기보다 나를 싫어하게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논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그 승리는 한 사람의 벗을 잃는 공허한 승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링컨도 사사로운 언쟁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개에게 물리는 것보다 차라리 길을 양보하는 편이 낫다는 비유가 인상적이다. 개를 죽인다 해도 물린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의 실수를 직접 지적하지 말라
사람은 자신이 틀렸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방어적이 된다. 그래서 “당신이 틀렸다”는 말은 사실 확인처럼 보이지만, 상대에게는 자존심 공격으로 들린다. 카네기는 상대의 실수를 직접 지적하지 말라고 말한다.
테디 루즈벨트조차 자기 생각의 75%만 옳아도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이 말은 꽤 겸손한 기준이다. 내가 확신하는 생각도 틀릴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자주 100% 확신하는 사람처럼 말한다.
더 좋은 태도는 이런 식이다. “아마 그럴지도 모릅니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면 고치고 싶으니 함께 검토해 보시겠습니까.” 이 말은 상대를 낮추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열어둔다.
사람은 신념보다 자존심을 지킨다
제임스 하비 로빈슨의 설명이 특히 날카롭다. 사람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자기 생각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지적당하면 화를 내고 고집을 부린다. 중요한 것은 신념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에 빠진 자존심이다.
이 대목은 인간관계뿐 아니라 조직 생활에도 중요하다. 회의에서 누군가의 주장을 정면으로 꺾어버리면, 그 사람은 문제 해결보다 체면 회복에 몰두할 수 있다. 그러면 논의는 진실에서 멀어지고 방어전이 된다.
단정하지 않는 말투
벤저민 프랭클린이 젊은 시절 받은 조언도 인상적이다. 그는 박식했지만 너무 도전적으로 말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그를 피했다. 이후 그는 “확실히”, “틀림없이” 같은 단정적 표현을 줄이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인다” 같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단정적인 말투는 상대에게 반박당하거나 굴복당해야 한다는 느낌을 준다. 반면 유보적인 말투는 함께 검토할 공간을 만든다. 같은 내용도 표현 방식에 따라 대화가 싸움이 되기도 하고 협력이 되기도 한다.
내 잘못은 먼저 인정한다
내가 틀렸을 때는 더 단순하다. 변명보다 인정이 낫다. 상대가 분노를 표시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상대의 분노는 누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자기 변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오히려 어리석은 사람들이 자기 변명을 더 즐긴다. 하지만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행위는 사람의 가치를 높인다. 내가 옳을 때는 상대를 부드럽게 이끌어야 하고, 내가 틀렸을 때는 진심으로 인정해야 한다.
공손하게 말한다
화가 날 때 상대에게 욕설을 퍼부으면 잠깐은 후련할 수 있다. 하지만 욕설을 들은 사람은 반항심과 미움으로 가득 찬다. 그런 상태에서는 어떤 논리도 먹히지 않는다.
사람은 강제로 설득되지 않는다. 마음이 닫힌 사람에게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효과가 없다. 허물없고 공손한 태도로 접근할 때만 마음이 조금 움직일 수 있다. 링컨의 말처럼, 한 방울의 꿀이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
내가 기억할 문장들
- 논쟁에서 이겨도 사람을 잃으면 진 것이다.
- 사람은 신념보다 자존심을 지키려 할 때가 많다.
- “당신이 틀렸다”는 말은 정보가 아니라 공격으로 들리기 쉽다.
- 단정적인 말투보다 함께 검토하는 말투가 사람을 움직인다.
- 내가 틀렸을 때는 변명보다 인정이 빠르다.
좋은 대화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일이 아니다. 상대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일이다. 그래서 말의 내용만큼 말의 온도와 자세가 중요하다. 논쟁을 피한다는 것은 비겁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목적을 잊지 않는 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