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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론 읽기 ④: 사람은 명령보다 스스로 생각한 일을 따른다

카네기가 말하는 설득은 상대를 밀어붙이는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상대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 체면을 지키면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사람은 자기 의사에 따라 행동하고 느끼기를 원한다. 강제로 무엇을 시키면, 그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어도 반대로 움직일 때가 있다.

그래서 설득은 명령보다 질문에 가깝다. 상대가 “네”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에서 시작하고, 상대가 충분히 말하게 하고, 결국 그 생각이 자기 안에서 나온 것처럼 느끼게 해야 한다.

“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대화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상반되는 문제로 들어가면 상대는 곧바로 방어 자세를 취한다. 카네기는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에서 시작하라고 말한다. 처음에 상대의 입에서 “네”라는 긍정의 말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크라테스의 방식도 그랬다. 그는 상대의 잘못을 직접 지적하기보다, 작은 동의들을 쌓아가며 상대가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게 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은 이런 장면에 잘 어울린다.

상대방이 이야기하도록 만든다

설득하려는 사람이 흔히 하는 실수는 자기가 너무 많이 말하는 것이다. 세일즈맨처럼 자기 생각과 장점을 끊임없이 설명하면, 상대는 설득되기보다 피곤해진다.

상대에게 내 뜻을 받아들이게 하고 싶다면 먼저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두어야 한다. 질문을 던지고, 설명하게 만들고, 견해차가 있어도 말을 가로막지 않아야 한다. 말이 끊기는 순간 상대는 설득 대상이 아니라 방어자가 된다.

프랑스 철학자 라로슈포코의 말도 뼈가 있다. 적을 만들고 싶다면 친구보다 뛰어나면 되고, 친구를 얻고 싶다면 친구들이 더 뛰어나도록 만들라는 말이다.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 인생은 자기 업적을 자랑하느라 상대를 지루하게 만들기에는 너무 짧다.

상대가 스스로 생각해냈다고 느끼게 하라

사람은 타인이 준 생각보다 자신이 떠올린 생각을 더 신뢰한다. 그래서 내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의견을 묻고, 그 의견을 반영해, 최종 결론이 상대 안에서 나온 것처럼 느끼게 해야 한다.

실내장식가에게 디자인 스케치를 팔던 사람의 이야기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그는 처음에는 자기 스케치가 실용적이고 획기적이라며 사달라고 졸랐다. 실패했다. 나중에는 정반대로 했다. 상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참고해 스케치를 완성했고, 상대는 그 작품을 마치 자기 창작물처럼 느꼈다. 그때 판매가 이루어졌다.

상대를 움직인다는 것은 내가 파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사도록 만드는 것이다.

행동의 원인을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자기 방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숨은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내가 그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출발점이다.

무언가를 부탁하거나 설득하기 전에 눈을 감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무엇을 걱정하고 있을까. 어떤 이해관계와 심리적 동기를 가지고 있을까. 이 질문 없이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화는 쉽게 충돌한다.

동정을 표시한다

카네기의 표현 중 “상대방에게 동정을 표시하라”는 대목은 약간 우쭈쭈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상대의 상처와 결핍을 얕보지 말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동정과 이해에 굶주려 있다.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자기 상처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상대가 편협하고 불합리하게 행동한다고 해도 그것을 전적으로 그 사람의 악의로만 돌릴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의 배경, 두려움, 결핍이 그런 태도를 만들었을 수 있다. 상대를 불쌍히 여기라는 말은 우월감을 가지라는 뜻이 아니라, 반응하기 전에 한 번 더 이해해보라는 뜻에 가깝다.

장점을 먼저 말하고, 간접적으로 주의를 준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면 진심 어린 칭찬과 감사의 말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잘못을 교정할 때도 직접 찌르는 방식보다 간접적으로 일깨워 주는 편이 낫다.

카네기가 든 사례처럼 어떤 연설문이 연설용으로 적합하지 않을 때 “이 글은 잡지에 투고하면 좋겠다”고 말하면, 글 자체를 폄하하지 않으면서도 용도에는 맞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상대의 체면을 살려주는 방식이다.

명령하지 말고 부탁한다

명령은 빠르지만 반발을 만든다. 부탁은 느려 보이지만 자발성을 남긴다. “이렇게 하게”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자네 생각은 어떤가?”라는 말이 사람을 덜 방어적으로 만든다.

체면을 세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은 틀렸다는 사실보다, 틀렸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더 견디기 어려워할 때가 많다. 상대가 물러날 길을 남겨두어야 한다.

기대를 걸고 격려한다

사람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면 상대에게 기대를 걸어야 한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덕이 없더라도 덕이 있는 것처럼 처신하게 만들 수 있다. 아이들, 배우자, 동료에게 무능하다고 말하면 그들의 향상심을 꺾는다. 반대로 능력을 믿고 있다고 알려주면, 사람은 그 믿음에 부응하려고 한다.

격려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상대가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을 때 더 잘 움직인다.

자발적인 협력을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것은 거절의 방식이다. 강연 부탁을 거절하면서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먼저 의뢰해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정이 허락하지 않음을 사과한 뒤, 다른 강연자를 추천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는 거절당했다는 실망에 머무르기보다 다음 선택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관계의 기술이다. 내 형편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음 행동까지 배려하는 것. 거절조차 상대의 체면과 목적을 살리면서 할 수 있다.

내가 기억할 문장들

『인간관계론』의 설득법은 결국 상대의 자존심을 다치게 하지 않는 기술이다. 사람은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체면, 인정, 자율성, 기대, 동정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훨씬 크게 작동한다. 그래서 사람을 움직이는 일은 말로 이기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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