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세혈관 감압술 뒤 안면마비와 재입원을 겪은 개인적인 경험이다. 회복 과정과 치료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첫 퇴원을 앞두고 수술 뒤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를 받았다. 그 안에는 수술 후 8일에서 12일 사이 안면마비가 올 수 있으며, 그럴 때는 바로 병원을 찾으라는 내용이 있었다. 퇴원 전에 받는 여러 안내 가운데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며칠 뒤 그 문장을 내 얼굴로 겪게 되리라고는 몰랐다.

첫 퇴원을 앞두고 받은 수술 후 주의사항 안내문. 안면마비가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으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중에 외국 논문과 문헌, AI를 통해 다시 찾아보니 미세혈관 감압술 뒤 지연성 안면마비는 보고된 합병증이었다. 내가 확인한 한 연구에서는 255명 중 13명, 약 5%에서 지연성 안면마비가 있었다.1 연구마다 대상과 기준이 달라 수치를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나는 그 드문 경우에 들어간 셈이었다. 당황스럽고 무서운 일이었지만, 이것을 수술이 잘못됐거나 병원이 실수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작은 이상 신호들
12월 2일, 고개를 숙여 세수하는데 오른쪽 귀에 물이 찬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날에는 눈을 감는 동작이 어딘가 어색했다. 12월 4일에는 양치한 뒤 입을 헹구는데 물이 샜다. 작았던 이상 신호가 하루씩 모습을 바꾸며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퇴원하고 싶었다. 이미 잘 회복되고 있다고 믿었고, 이 작은 불편도 저절로 지나가기를 바랐다. 퇴원 뒤 광안리 해변을 걸을 때는 다시 자유로워진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물이 새는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병원에 전화하자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외래에서 안면마비가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리로는 주의사항의 문장을 떠올렸지만 마음은 그 사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수술 전부터 나를 괴롭힌 반측성 안면경련은 사라진 채였고, 이것은 수술 뒤 새로 생긴 안면마비였다.
다시 입원하라는 말
재입원은 정말 싫었다. 원장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날은 뵐 수 없었다. 다른 의료진과 상담했고, 간호사 선생님은 다시 입원해야 한다고 무척 간절하게 권했다. 단순히 절차를 안내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은 병원에서 상태를 보고 필요한 조치를 받는 편이 좋겠다는 진심이 전해졌다.
그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여기서 입원을 미뤘다가 상황이 나빠진다면, 그 선택을 오래 후회할 것 같았다. 병원이 필요한 조치를 하려는 것이라면 빨리 받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월요일에 다시 입원할까도 했지만, 결국 2025년 12월 5일 그날 바로 병실로 돌아갔다. 다시 들어간 병실에서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눈 상태와 불편한 점을 세심하게 확인하고, 치료 일정도 하나씩 알려 주셨다.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온 나를 실제로 버티게 해 준 것은 이런 친절한 손길들이었다.

병실로 돌아온 뒤 찍은 사진에는 허탈한 표정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곧 끝날 줄 알았던 회복이 예상 밖의 방향으로 꺾인 순간이었다.
거울 속에서 마주한 안면마비
가장 무서운 생각은 하나였다. 이 얼굴이 그대로 굳어 버리면 어떡하나. 변화를 확인하려 일주일에 수백 장에 가까운 셀카를 찍었다. 평소 사진 찍기를 그만큼 부지런히 한 사람도 아니었지만, 그때의 셀카는 기념이 아니라 불안을 견디는 방법이었다. 거울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전날의 얼굴과 오늘의 얼굴을 끊임없이 비교했다.
마비가 온 쪽 눈은 완전히 감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왜 안약을 주는지 잘 몰랐다. 나중에야 감기지 않는 눈이 마르고 아파서 안약과 안대를 받았다는 것을 이해했다.

음식을 먹는 일도 생각보다 힘들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씹는 일이 불편했고, 눈은 마르고 피곤했다. 가족 앞에서는 괜찮은 척했지만, 그때의 나는 이미 꽤 지쳐 있었다.
치료와 기다림
재입원 뒤에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중심으로 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가 이어졌다. 전기자극과 온열, 마사지를 받으며 회복을 기다렸다. 증상을 알리자 곧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고, 상태 확인과 재입원 권유, 눈 보호, 약물치료와 물리치료가 차례로 이어졌다. 많은 환자를 경험해 온 병원답게 대응의 흐름이 잘 준비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주사와 물리치료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간호사 선생님들은 불편한 점을 먼저 물어보고 필요한 도움을 챙겨 주셨다. 어떤 치료가 내게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었다. 다만 병원이 내 상태를 그대로 두지 않고 계속 살피고 있다는 사실은 위안이 됐다.

의료진은 비교적 담담하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온통 불안했지만, 오히려 그 담담함에서 묘한 신뢰를 얻었다. 낫는다고 하니 낫겠지. 그 짧은 믿음 하나를 붙들고 며칠을 보냈다.
12월 11일, 다시 퇴원했다. 병원에서의 치료는 일단락됐지만, 회복은 그날 끝나지 않았다.
작성 과정: 이 연재는 ChatGPT-5.6 Terra와의 인터뷰로 사실과 기억을 정리하고 초안을 구성했으며, ChatGPT-5.6 Sol의 문장 편집을 거쳤다. 경험의 사실 확인과 최종 공개 결정은 작성자가 했다.
Foot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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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suke Sato et al., Factors Related to the Delayed Cure of Hemifacial Spasm after Microvascular Decompression, Journal of Neurological Surgery Part B: Skull Base, 2022. 이 연구에서는 255명 중 13명(5%)의 지연성 안면마비를 보고했다. ↩